q 0아산 탕정의 느글 맛집을 찾는다면, 포시즌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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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아산 탕정의 느글 맛집을 찾는다면, 포시즌키친

꽃과달 2023. 9. 20. 03:36

느긋한 입맛 찾기


오랜만에 뇨끼가 먹고 싶어 예전에 찾았던 포시즌키친을 방문했다. 파스타를 너무 사랑해서 신혼여행지를 이탈리아로 다녀온 사람으로서 이런 류의 음식에 진심인 편.
아니 사실 모든 먹는 것에 진심인 편.

빠지지 않고 시켜 먹는 메뉴는 트러플크림 뇨끼.

트러플크림뇨끼


감자는 휴게소 통감자가 최고라고 외치던 내가 감자요리의 새로운 면을 알게 해 준 음식이다.
한입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부드럽고 촉촉한 감자를 감싸주는 크림 그리고 풍미를 업시켜주는 트러플오일. 정말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저 가득 소스와 뇨끼를 올려 한입 가득 머금으면 행복이 여기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뇨끼를 다 먹은 후에는 남은 소스를 수저로 떠먹고, 떠먹고, 떠먹는다. 분명 느긋한 음식인데 물리지가 않는다. 우러난 재료들의 향과 깊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만 부르지 않았다면 그 소스에 빵이라도 찍어먹었을 것이다.



통베이컨 투움바 리조또


'통 베이컨 투움바' 까지만 읽고 주문버튼을 눌러버린 나란 사람. 파스타가 아니라 매우 당황했다. 피스타라고 주문했는데 같이 온 일행에게 미안했다. 리소토가 취향이 아니라 절대 시키지 않는데 매콤한 맛에 계속 퍼먹었다. 베이컨은 통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도록 두툼했고 씹는 식감은 베이컨인과 오겹살 그 중간 어디쯤에 있던 거 같다. 풍미는 베이컨의 고소함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면이었다면 더 행복했을 텐데 음식을 주문할 생각에 너무 흥분해서 종종 이런 주문실수를 하고는 한다. 다시 한번 파스타 먹는다고 함께 행복해했던 일행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괜찮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리소토는 취향이 아니지만 트러플 뇨끼에서 느꼈듯이 소스의 풍미가 남달랐기에 투움바 소스를 먹기 위해서라도 리소토를 입으로 퍼 날랐다. 너무 크지 않은 밥알이 소스를 충분히 머금어 풍부하고 부드러웠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런치타임에 주문이 가능한 '베이컨에그베네딕트'  잉글리시머핀과 수란, 베이컨, 홀렌다이즈 소스가 주인데 아는 맛이라고 생각하고 먹는다면 기대이상일 것이다. 짭짜름함과 부드러움 달콤함이 한데 어울림을 느낄 수 있다. 다음번에는 이 메뉴를 첫 번째로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신혼여행을 이탈리아와 스위스로 다녀왔는데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파스타를 본고장에서 꼭 먹어보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밥 대신 파스타와 와인을 먹고사는 나라가 나는 그 당시에는 몹시 부러웠고 그만큼 사랑하는 파스타를 본고장에서 꼭 먹어보는 게 꿈이었다. 다행히 신랑도 내 꿈에 찬성해 주었고 나는 그렇게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와 스위스에 다녀올 수 있었다. 총 10박을 했는데 정말로 삼시세끼 티본스테이크와 같은 대표적인 메뉴에 종류별로 파스타를 원 없이 먹은 것 같다. 매 식사마다 보틀와인은 꼭 먹었다. 면 종류가 그렇게 다양한지도 몰랐다. 근처 마트에는 늘 파스타 면 종류가 20가지도 넘었다. 그렇게 원 없이 파스타를 먹어본 결과, 당연스럽게도 이탈리에도 맛집과 맛집이 아닌 집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먹는 파스타도 이탈리아와 같은 맛을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레스토랑이나 파스타 전문점의 요리사분들도 다 배워오시고 공부하셔서 가게를 차리신 거니 당연했다. 그래도 소원하던 파스타 본고장에서 먹은 파스타들은 지금도 기억난다. 랍스터파스타, 까르보나라 파스타, 토마토 파스타, 먹물파스타 맛이 아직도 기억난다. 티본스테이크, 라비올리, 수많은 와인들과 레몬 증류주도 생각난다. 살라미는 원 없이 먹었던 거 같다. 광장마다 몰려있는 사람들, 바이올린 소리, 에스프레소, 같은 냄새와 소리도 기억난다. 어느 음식은 이처럼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영화처럼 다시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신랑이랑 이탈리아 거리를 손 잡고 걷고 싶다.

탕정은  아산의 신도시이기 때문에 건물도 식당도 화장실도 모두 깔끔하고 깨끗하다. 주차가 다소 아쉽지만 건물에 작은 지하주차장이 있다.

풍미로 승부하는 '포시즌키친'  자주 방문할 음식점으로 기록한다.